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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 공정무역과 윤리경영의 실체

by 주식충전소 2024. 5. 13.

작가 코너 우드먼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등 가난한 나라를 다니며 열악한 노동 여건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기업의 윤리적 경영의 실체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먹고, 즐기는 상품의 원재료 대다수가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불공정한 여건에서 생산되는지를 이 책을 통해 현장감 있게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윤리적 경영으로 잘 알려진 기업들의 숨겨진 실체도 밝혀낼 수 있고 말입니다.

나의 목숨값이 바닷가재 한 마리 가격과 같다면...

니카라과의 어부들은 ‘고객을 생각하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문화로 널리 인정받는’ 레드 랍스터 컴퍼니에 바닷가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어부들은 제대로 된 잠수 교육이나 장비 없이 수심 30~40미터 바닷속에서 바닷가재를 잡습니다. 그들은 잠수병을 모릅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어부는 잠수병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잃거나 목숨을 잃습니다. 목숨의 대가로 바닷가재 1킬로그램에 1만 2,000원(식당 판매가 80,000원)을 받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어떨까요. 콩고민주공화국의 소년들은 한 줌의 주석을 캐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십 미터 깊이의 좁은 갱도로 향합니다. 더군다나 UN에서는 그렇게 채굴된 주석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밀거래를 위해 다시 한번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윤리경영은 마케팅일 뿐 그 이상의 의미도 없다.

많은 기업이 자사의 윤리경영을 내세워 기업을 마케팅합니다. 맥도날드가 “열대우림동맹”에 가입하여 수익 일부를 열대우림 보호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사실관계가 어찌 되었든 일단 보이는 것만을 믿게 됩니다. 또 어떤 초콜릿 기업이 원재료를 공급하는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에게 학교를 지어주었다고 합시다. 그들이 이것을 “공정무역”이라고 홍보한다면 역시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신용카드를 빼어 들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소비자는 이러한 기업에서 만들 제품을 사회와 인류에 이바지한다고 믿고 비싼 가격을 주고 기꺼이 소비하게 됩니다. 사실 관계를 들여다보면 이는 마케팅에 불과하고 때로는 인증기관의 착복으로 실질적으로 생산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진실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폭력적 자본주의를 흉내 내는 중국

이번에는 중국 자본주의 이야기입니다. 중국은 무늬만 공산주의 국가이지 그 실체는 자본주의 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 중국 자본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해가 지지 않았던 영국의 폭력적이고 식민주의적 자본주의 행태가 지금 중국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너희도 그렇게 했는데 우리는 왜 하면 안 되지?”라는 논리죠.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중국을 앞세워 겉과 속이 다른 서구의 많은 대기업이 이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자본의 식민지화되어 가는 라오스에서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으로 생산되는 고무를 원재료로 브리지스톤 기업은 타이어를 만듭니다. 아이폰과 닌텐도는 중국 저가 노동 착취의 결과물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 기업 역시 소비자들에게는 윤리적인 기업으로 남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생산자와 함께하는 진정한 윤리경영은 가능할까

여기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면화를 공급받는 올람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올람은 생산지 현장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올람은 면화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농민들에게 씨앗을 무료로 제공하고 재배 방법 그리고 더 좋은 품질의 면화를 생산할 수 있게 현장에서 함께 일을 합니다. 농부들의 이익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이익은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학교를 지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직접 농부들을 가르칩니다. 문맹만 퇴치했는데도 농민들의 수익은 2년 사이 3배가 증가했습니다. 당연히 기업도 성장할 수 있었고 말입니다. 서두에 얘기했던 레드 랍스터 컴퍼니가 니카라과 어부들에게 잠수교육과 장수 장비를 지원해 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40년 전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학자는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에 대해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늘리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에서 만들어 내는 상품이 얼마나 윤리적이냐에 따라 매출량이 좌지우지됩니다. 윤리와 공정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중요한 트렌드가 된 것이죠.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제품 생산에서 판매에까지 책임 있는 경영을 하기를 바랍니다. 인증을 획득해서 상품에 새기는 것만이 아닌 생산자와 함께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소비자들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의 의식주에 필요한 제품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폭력적인 자본주의에서 세계 모든 이들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윤리적이고 공정한 자본주의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랍니다.